로또...

출간 이야기/돈과 말 | 2009/10/02 13:17 | retired

로또는 사 본 일이 없다. Millionaire라고 불리는 판박이형 복권은 사람들과 같이 사서 몇 번 긁어본 적은 있다.

 

로또를 사지 않는 이유는, 로또 당첨 프로그램 같은 것을 볼 일이 없으니, 설령 당첨되더라도 나는 타먹지 못할.

 

돈에 이자를 붙이는 것 자체를 금지해서 종교가 경제의 틀을 만들어내었던 중세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로또 같은 것이 있었다면, 돈에 영혼을 팔게 만드는 악마의 유혹 같은 죄목을 붙여서 아마도 화형장으로 보냈을 것 같다.

 

로또라는 것이 생겨난 배경은, 어쨌든 경제가 신으로부터 풀려나오고, 국가마저도 넘볼 수 있는 20세기 중후반 이후의 현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에는 로또가 좀 뒤늦게 들어왔다. 가설을 세워본다면, 한국에서 경제 공동체라고 부를 수 있는 막연하지만 혹시 존재했던 그런 것들이 무너지는 것과 로또가 도입되는 것, 그것이 같은 시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로또의 사회적 기능은 무엇일까?

 

어떻게 보면 전통적으로 한국의 교회와 점집 혹은 유럽식의 심리상담소를 대체하는 그런 기능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사람한테 위안을 받는 상황이 보다 더 인간적이라고 할 있는데, 어쨌든 사람을 통해서 위로를 받거나 위안을 받으려면, 돈이 든다.

 

신이 나를 경제적으로 구원할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한국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재물 굿도 불확실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교회에 다니거나 점집에서 부적을 하거나, 재물 굿 같은 것을 하는 데에는 돈이 든다.

 

그러나 로또는 사실 미친 짓만 하지 않으면 그렇게 돈이 드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간편한가? 인스탄트 경제 부흥회, 편의점에서도 사고, 나이의 제한도 없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초간단 재물 굿.

 

그나마 위안이라면 이것을 국가가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

 

만약 사설 로또가 생긴다면 찬란한 난리부르스를 번 경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 시절에 난리가 났던 바다 이야기, 그런 것들이 사설 로또의 변형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교육, 로또, 이것들의 기능은 같다.

 

사교육은, 학생을 안심시키는 것이 주기능이 아니라 부모를 안심시키는 주기능을 한다. 로또는 구매자에게 당첨일까지 며칠 간, 싸구려 안심을 주는 기능을 한다. 사교육은 돈이 많이 들고, 학생들이 피곤해지지만, 로또는 돈이 많이 들지 않고, 더 이상 편의점에 갈 수 없는 나이가 되기 전까지는, 평생 즐길 수 있다.

 

한국 사람을 딱 두 부류로 나눈다면, 로또를 사는 사람과 로또를 사지 않는 사람, 그렇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좌파, 우파 혹은 진보와 보수라는 구분보다 확실하게 한국인을 구분할 수 있다.

 

로또를 사지 않는 사람을 생각해보면 더 간편하다.

 

부자들 중에서 로또를 사는 사람을 아직 보지 못했다. 삶이 평온한 사람 중에서 로또를 사는 사람을 아직 보지 못했다.

 

로또가 경제적으로 나쁜 이유는, 이것이 역진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난한 사람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특성이 있다.

의견을 달아 주세요

  1. staringeyed 2009/10/02 14:17 답글수정삭제

    로또를 안 사는 사람의 하나이지만, 삶이 평온하거나 금전적인 부자는 아닌 것 같은데...기념일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하셨지만, 명절 잘 보내세요

  2. 헐렁 2009/10/02 21:14 답글수정삭제

    저는 가진것도 별로 없고 마음도 별로 평온하지 않은데왜 로또나 복권같은걸 한번도 사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봤는데.. 돈 아까워서.. 당청될 확률이 없기 때문에.. 이군요.

    어쩌면 제가 마음이 평온한건지도..

  3. 나비 2009/10/02 22:06 답글수정삭제

    오늘까지 한 열 번 정도는 산 것 같은데...

  4. gg 2009/10/02 23:34 답글수정삭제

    나는 한 번도 사본 적 없는 사람

  5. 안녕하세요 2009/10/03 00:17 답글수정삭제

    저는 요즘 심히 삶이 불안한데 로또 안삽니다.
    일반화의 오류가 심하시고
    은근히 말에 뼈가 있네요.좌우 선긋기를 좋아하시고, 아무리 개인홈페이지라도 조장하지마세요.학생들 가르치신다면서,이왕이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글을 좀 써주세요.자라나는 새싹들에게 희망을~

    • 습작 2009/10/03 02:02 수정삭제

      자라나는 새싹은 바보들이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탱볼 2009/10/03 11:49 수정삭제

      놀고 있군요.. 니가 먼데 어디와서 하라마라 지적질이니..

    • BeGray 2009/10/04 00:07 수정삭제

      지극히 원론적인 오류 하나를 짚고 넘어가자면, '~ 경향이 있다'는 주장에서 반례 하나가 있다고 주장이 의미없이 되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좌우는 한국에 (어떤 의미로든)존재하는데 존재하는 걸 없다고 할 순 없지 않겠어요? 자라나는 새싹들이 가질 희망은 기만 위에 서는 대신 진실 위에 설 수 있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탱볼님 2009/10/04 09:32 수정삭제

      혹시 sas에 계셨던 탱볼님?

  6. 2009/10/03 14:19 답글수정삭제

    비밀댓글 입니다

  7. 희망을 가장한 세금

    Tracked from 희망을 와락, 끌어안다 2009/10/05 01:07

    어머니께서는 그저께인가 좋은 꿈을 꾸셨단다. 뱀이 나오고 뭐가 나오고, 아무튼 길몽이었단다. 그래서 로또를 사셨다. 3,000원치를 하셨다. 결과는 5등짜리 당첨. 5,000원을 돈으로 받으면 2,000원 이득이다. 길몽은 길몽이었다.아버지께서는 매주 로또를 5,000원치를 하신다. 길몽이든 흉몽이든 상관없다.매주 로또가 당첨되는 꿈을 꾸실 뿐이다.한국에 로또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계속 하셨다. 한두 주쯤은 빠졌을 수도 있으리라.한 슬롯에 2,00...

트랙백 주소 :: http://retired.textcube.com/235/trackback/
옵션
댓글 달기